과거에, 그러니까 한 6년쯤 전에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나모 웹에디터 배우고, 칵테일(이거 아직도 있나?) 배우고 바다 친구들인가 뭔가(이거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것도 홈페이지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cgi 카운터 서비스하는 곳 가입하고, 제로보드 4 배우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아, 옛날 생각난다. 뭐 여하간 그 당시에 내가 자주 갔던 사이트들을 읊어보자면,
미니위니(아직도 북적거린다),
Nzeo(최근 제로보드 새 버전이 나왔지),
Reedyfox.com(이것저것 잡다한 기억이 많이 얽혀있다. 리디팍스닷컴 초창기버전 때부터..),
eSquisse(느리긴 하지만 지속적인 사진 업데이트),
apricot(홈페이지가 너무 예뻤다), linihouse.com
(당시 제로보드 스킨 개발에도 열을 올렸었다만, 곧 포기했었다) 뭐 이정도가 있으리라 보는데, 그 중 리니하우스는 어느틈엔가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더 이상 들르지 않는 사이트들이지만, 그리고 '홈페이지'의 전성기 이후 지금은 너무나도 조용해진 사이트들이지만 우연히 생각이 나서 에스키스님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옛날 생각이 또 하나 떠올랐다.
당시 에스키스님의 홈페이지에는 tune the rainbow라는, 내겐 너무나도 생소한 일본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가수는 지금은 너무나도 잘 아는
사카모토 마야 씨였다. 당시엔 처음 듣는 가수였지만. 여하간 그 bgm을 듣는데, 노래가 너무나도 좋아서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녹음기로 녹음을 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시절에 일어를 알았겠는가, 영어도 잘 모르던 시절인데. 사카모토 마야의 tune the rainbow의 가사는 내 기억속에서 제멋대로 발음 들리는대로 재구성되었고, 나는 그런 제멋대로의 가사를 지금까지도 외운다(물론 하나도 맞지 않는다). 여하간 사카모토 마야의 아름다운 음색을 처음 접하고, 일본 애니를 보면서 사카모토 마야 씨의 존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나서 몇년 후, 그러니까 지난주에 사카모토 마야씨의 mitsubachito kagakusha(iTunes Store는 이런 면에서 참으로 편리하다. 아이팟을 쓰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노래를 사서 듣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를 듣다 문득 tune the rainbow에 대한 생각이 났다. 그래서 구해보려 했으나 아이튠즈 스토어엔 없고, 그렇다고 아마존에서 주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중고로 400엔에 나온 매물이 있어서 순간 망설였다) 일단은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불법으로 올라와있는 음원을.. 들었다.
아, 그런데, 그때와 지금, 노래를 듣는 느낌이 너무나도 달라서 좀 놀랐다. 당시엔 순수하게 '멜로디'와 '목소리'만을 감상했지만, 이제 '가사'를 감상할 수 있게 되며 뭔가 답답했던 그것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의 귀로 들리는 가사와 옛날 내가 머릿속에서 재구성했던 그 가사, 비교해보니 얼마나 웃긴지. 이건 대체 어느나라의 언어냔 말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신비한 존재다 싶던 순간이다.
지금 내가 해보고 싶은 또다른 것은, On your mark라는 곡을 다시 들어보는 것이다. 이건 예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별을 쏘다'의 주제곡의 모토가 된 원곡인데, 이것도 일본어라 당시에 소리바다에서 구해서 들었을 땐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던 녀석이다. 이걸 지금 합법적으로 구할 루트를 물색.. 하기엔 솔직히 돈이 좀 아깝고(내 취향의 곡이 아니라 딱 한 번만 다시 들어볼 생각이지만) 여하간 고민 중이다.
과연 저 곡은 어떻게 다른 이미지로 내게 다시금 다가올 것인가. 기대된다.
p.s. 그럼, 지금 듣는 팝송들도 더 세월이 지나서 들으면 다르게 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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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었던 그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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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하기 몇 주 전에 반에서 롤링페이퍼를 하기로 했다. 이게 뭐냐면, 종이를 서로 돌려가며 익명으로 서로에 대한 코멘트를 적는 것인데, 평소 서로에게 말로는 못 했던 말들이나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적을 수 있어 꽤 재미있긴 하다. 자기에게 무슨 말이 돌아올까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평소에 내가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녀석들의 종이가 내 앞으로 왔을 때, 욕을 적어버렸다. 너 너무 재수 없다, 나댄다 뭐 이런 식의 코멘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딴에는 정체를 숨긴답시고 글씨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마구 휘갈겨 썼다. 거기다가, 바른 글씨체로 '고운 말'을 같은 종이의 다른 부분에 이름과 함께 썼다. 그렇게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코멘트 적기를 끝내고, 이윽고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종이를 받아보게 되었다. 내 종이에는 그 동안 재밌게 지냈다, 고마웠다 등의 글도 있었지만 입냄새 난다는 악플(?)도 있었다. 나는 그때 상당한 충격을 받고 구강 관리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 현재는 입냄새를 퇴치했다고 믿고 있다. 당시에 썼던 글도 이 블로그에 꽤나 초창기의 글로서 남아있다. 뭐 여하간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그 순간 어떤 녀석(그러니까 내가 싫어했던 녀석)이, 내게 자신의 종이를 들고 오더니, 내가 적어뒀던 욕을 가르키며 대체 뭐라고 써놓은 거냐고,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묻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서 나는 그걸 쓰지 않았다, 내 필체랑도 다르잖냐 하는 식으로 변명을 했지만.. 그 후로 나는 절대로 그 비슷한 짓을 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그런 종류의 욕을 적어놨던 다른 놈들도 그게 내가 쓴 것인 줄 알고 있었을 것 같다. 정말 몹쓸 짓을 해버렸구나.)
사리분별력이 부족했던(물론 지금도) 내게 익명성이란 것은, 내 안의 작은 악마를 봉인한 무저갱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해방된 악마는 자기 멋대로 돌아다녔고, 결국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물론 나 자신은 당시엔 자각할 수 없었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악마가 한 둘이 아니었다는 거다. 나 또한 다른 이의 악마에 의해 상처를 받고 말았다. 여하간 익명이란 것은 내게 그런 느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디씨인사이드에서 익명으로 지내다 보면 인간이 점점 솔직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 가식도, 거짓말도, 자기 내세움도 필요 없고, 본능에 충실하게 욕하고 싸우면 되는 것이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익명은 내게 자유를 준다. 주고 있다.
하지만 그게 결국은 문제가 되어버린다. 지혜롭지 못한 익명성은 악플을 낳는다. 예전에도 얘기했던 적이 있지만, 익명성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익명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모든 곳이 실명제로 운영된다면, 대한민국에서 무엇인가를 비판한다던가, 남들에게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문제는, 그 익명성을 사용하는 자들의 컨트롤 능력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익명으로 글을 남기느냐에 따라 그 글은 애정이 가득한 글이 될 수도, 분노와 증오가 담긴 악랄한 글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하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문득, 옛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써보긴 했는데, 왠지 좀 씁쓸하다. 나는 꽤나 저질스러운 인간이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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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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