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과 나의 슬픔

2009/05/25 21:48
  죽음은, 그 자체가 설령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언제나 갑작스럽고,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우리가 매번 봐왔던, 항상 우리 앞에 밝은 얼굴로 서 있던 사람들의 죽음일수록 더욱.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이런 내용의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은 항상 추궁당하고 비난받지만, 그 사람이 죽는 순간 그에 대한 기억은 오직 아름답고 좋은 것들로만 남는다, 뭐 이런. 어째 이 말이 다시금 다가온다. 우리는 그가 죽은 후 비로소 그에게 연민을 가지고, 그를 이해하고자 한 것은 아닌가?

  그의 죽음이 슬프다. 지난 용산참사 이후 간만에 느낀 슬픔이다. 비록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그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을 때 용산참사 때 느꼈던 그런 비슷한 아픔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난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참여정부 시절 난 일련의 현상들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고, 관심도 없었다. 그의 탄핵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내 눈엔 그저 개떼들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국회의원들이 보였을 뿐, 정작 노무현은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이제 와서 노무현을 애도한다. 나의 이런 슬픔은 진정으로 그를 그리워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현 정부가 하는 짓에 대한 반동 혹은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것인가? 

  어제 한참동안 위와 같은 고민을 했다. 난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인가. 내가 그를 그리워하고, 아쉬워 할 이유는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내 심정은 왜 이리 착잡한 걸까. 다른 사람들이 슬프다니까 나도 덩달아 슬픈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이 행위들은 얼마나 가식적이며 무의미하고, 또한 멍청한 것인가. 

  고민하고, 내 마음에 물어본 끝에 답이 나왔다. 난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을 애도하는 게 아니다. 단지 너무나도 불행했던, 너무 비참하게 욕을 먹었던, 꿈 많고 의지 충만하고 의욕이 넘쳤던 빈농의 아들 노무현을 그리워하고, 슬퍼하던 것이었다. 그는 이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창피와 수치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어떻게 계산적으로 해석하든 그건 상관없다. 그의 자살은 그의 때묻지 않은 영혼에서 말미암은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난 자살을 반대하지만, 또한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릴 테지만 그렇다고 이미 자살을 한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최진실도, 장자연도, 자살 말고 다른 길을 택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물론 들지만, 동시에 얼마나 힘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노무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선택을 하기 전에 얼마나 고민했을까. 새벽 5시에 잠 한 숨 못자고 키보드를 두드려대던 그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또한 그의 죽음은 현 정부의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모습과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비되어, 더욱 더 큰 상처가 되어 다가온다. 흰 국화를 들고 그의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은 얼마나 고결하며 숭고한가. 그걸 막는 저 경찰들은 또한 얼마나 더럽고 추악한가. 벌써부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검찰과 여당, 정부는 얼마나 역겨운가. 선은 죽고 악은 활개를 친다. 김구는 살해당하고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안창호의 후손은 가난한 삶을 이어가지만 방응모의 후손은 무시무시한 자본력으로 언론을 장악했다. 줄곧 이런 식이었다. 늘 이런 식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이리라 생각을 하니 견딜 수가 없다.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도 바보 노무현과 바보 같은 국민들은 항상 작은 희망이나마 가져왔다.. 지금도 그 희망은 사라지지 않고 촛불이 되어 서울을 밝힌다.

  그가 자살했기 때문이란 이유로 그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 그를 비판했던 것에 대해 망자 앞에서 굳이 애써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다. 그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고, 잘못된 점은 비판 받을 것이고 잘한 점은 칭찬받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를 한 인간으로써 추모하는 것이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의식을 각성시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 이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쓰기도 싫다.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p.s. 그를 순수했던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기에 서거라는 표현은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그를 홀대하거나,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지켜주기 싫어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둔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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