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인기가 하락세를 타고, 개인홈페이지나 싸이월드 같은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후 이 주제로 글을 쓰고자 했던 게 거의 두 달 전. 그러나 아이디어 스케치만 해둔 채 미루고 미루다보니 올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블로그 종말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다. / Krang) 나의 지독한 귀차니즘과 안일했던 생각을 반성하며, 노선을 좀 바꿔서 블로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더 이상 미루면 이마저도 놓쳐버릴지 몰라서.

  몇 년 전,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때가 개인홈페이지 붐이 최고조로 일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제로보드 4.0 어쩌고, php, css, mysql, cgi 나부랭이에, 웹표준이란 건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을 적, 나모웹에디터와 드림위버를 가지고선 같잖은 실력으로 소스를 만져가며 홈페이지를 만들고자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즐거웠다. 당시 자주 방문했고, 지금도 그 주소가 기억나는 홈페이지들로는 reedyfox.com[각주:1], linihouse.com[각주:2], miniwini.com[각주:3], raysoda.com[각주:4], esquisse.pe.kr, apri.pe.kr 정도가 있다. 이와 별개로 지금은 티스토리로 전향한 goyas.tistory.com 도 있는데.. 뭐가 어찌되었든, 그 당시의 개인홈페이지 제작에 관련한 열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된지 오래다. 네이버, 엠파스 등에서 제공하던 개인홈페이지 서비스는 어느 순간 메인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마이홈닷넷 같은 서비스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재빠르게 블로그가 파고들었다.

  사실 대중들의 관심이 바로 블로그로 넘어왔던 것은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블로그인 같은 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대중적이진 않았다. 대신 미니홈피의 등장으로 웹의 풍속도는 급격하게 전환되었고, 사람들은 만들기도 귀찮고, 관련 지식과 실력, 노력, 그리고 호스팅 비용을 요구하는 개인홈페이지를 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영원할 것 같았던 SK의 대세 - 미니홈피 - 또한 그 열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다. 어딜 가도 1촌 파도타기, 도토리 등의 문구를 어렵잖게 접하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지나치게 조용할 정도다. SK가 이글루스를 인수한 것은, 미니홈피의 불안정한 미래를 예측했다는 방증 아닐까?
 
  개인홈페이지 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미니홈피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도메인 연장을 중단했고,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구입하는 사람들 또한 줄어들었다. 현재의 대세는 블로그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것도 똑같은 운명을 맞는 것은 아닐까, 똑같이 '질려버린', 그리고 새로운 걸 좇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사람들 사이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듯하다.

  현재 블로고스피어의 대안이라고, 또한 다음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제시되는 것은 SNS, 즉 플레이톡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웍 서비스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140자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SNS가 블로그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SNS는 소통의 방법 중 하나로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그리고 젊은이들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을 수는 있겠으나 '아카이브'로서의 블로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블로그만큼 좋은 건 없었고, 앞으로도 이를 능가하는 툴이 나오긴 힘들지 않겠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개인홈피의 경우 글을 쓰기에는 꽤 좋았으나 아무래도 '게시판'이 주가 되고 또한 홍보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앞서 말했듯 서버 세팅이나 갖가지 소스를 코딩하는 등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사람들로 하여금 외면하게 만들었다. 미니홈피의 경우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기에는 최악의 구조를 지녔다. 다만 소통의 즐거움을 보장해줄 뿐이었다. 블로그는 철저한 1인 미디어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홀로 글을 쓰고, 그 글이 하나의 '기록'을 이루고, 뿐만 아니라 RSS, 트랙백 등의 시스템으로 수많은 이들과의 소통을 쉽게 가능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뤄냈다. 촛불은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었고, 이제 독재정권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다름아닌 '웹'이 되었다.

  미니홈피의 경우 너무 소모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당시에는 즐거울 수 있을 망정, 미니홈피로 보람을 느꼈다거나,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에선 보지 못했다. (물론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는 사람은 많다) 개인홈페이지의 경우 요구되는 노력과 시간이 너무 크고, 또한 웹이라는 넓은 바다 어딘가에 파묻혀버릴 위험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블로그의 매력은 소통의 간편함, 쉬운 홍보, 그리고 간결한 구성이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자기 자신과 사회의 어떤 기록매체로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기록은 언제, 누구든지 다시 꺼내보고 참고하는 게 가능하며, 설령 스크랩으로 가득한 블로그라고 해도 그 또한 정보 재생산의 매개체가 된다. 블로그는 가치있는 정보를 기록하고 나누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현재로서는 블로그의 이런 긍정적인 기능을 따라갈 수 있는 툴이나 시스템이 없다.

  난 블로그의 종말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관심이 식을지는 모른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창출이나 마케팅의 효과가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블로그라는 매체는 일부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흥미본위로 블로깅을 시작했다가 질려서 관두는 사람도 숱하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뿐, 블로고스피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과 관심을 유지하며, 줄곧 블로그만의 매력과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본다. backdal.com 의 '시대에 따른 정보공유방법'을 나타낸 그래프는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News 전달의 양상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갈까를 보는 것이지, 사람들 사이의 정보 공유나 소통, 즉 블로그가 갖는 '심화된 사고나 깊은 토론'을 하도록 하는 기능까지 다뤄 그래프를 그린 것은 아니다. '빠르게 최신정보를 공유하는 기능'은 얼마든지 대체 수단과 매체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 블로그가 갖는 이 특성은 설령 미래가 된다 하더라도, 대체 어떤 것이 대체할 수 있을까?

  다만 Krang의 글 말미의 멘트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여러분은 블로그를 통해 당장의 눈 앞의 이익만을 좇고 계십니까?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고 계십니까? 지금 아무리 블로그는 무엇이다. 블로그는 이래야 한다. 해봤자 몇 년만 지나면 모두 추억의 일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한때 블로그를 운영했던 한 사람으로써, 블로그라는 소셜미디어가 사장된 미래에서 현재를 되돌아 봤을 때, 블로그는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스스로 추락한 미완의 소셜미디어였다라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네요. ^^

  확실히 지금의 블로고스피어는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 머리와 가슴을 식힐 필요가 있다. IDG나 TNM 관련 이슈들을 보다보면, 블로거들 스스로가 종말로 치닫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또한 블로그를 돈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에 대해서도, 적어도 현재의 나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블로그를 새로운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 혹은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지만, 너무 상업주의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경우를 발견하면 글쎄.. 싶어진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벌써 4년째다. 블로깅을 통해 얻은 게 굉장히 많다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블로그의 또 다른 미래를, 즉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믿는다.   

p.s. 5월 20일 오후 7시 30분, 비문 다수 수정.


  1. 리디폭스닷컴 : 홈페이지 리뉴얼 이후 대장금 패러디물인 월간 궁녀를 만들며 상당한 유명세를 탔었다. 원래 주인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기독교 관련 카툰을 그리곤 했다. 그토록 붐비던 게시판과 리디의 칼럼은.. 그야말로 타임머신이 되어버렸다. [본문으로]
  2. 리니하우스 : 제로보드 스킨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곳. 몇 년 전 폐쇄됨. [본문으로]
  3. 미니위니닷컴 : 개인홈페이지로서는 드물게, 아직도 많은 방문객과 게시글을 확보하고 있다. [본문으로]
  4. 레이소다 :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다. [본문으로]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