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의 덕후위원회-정치와 오타쿠의 결합?
이글루스 메인이 뜨겁다. 사회당에서 조직한 '덕후위원회'라는 것 때문이다. 농담따위가 아니다. 분명, 사회당이라는 정당에서 오타쿠들을 정치적 주체로 하고자 한다는 뜻의 덕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는 경향신문에 보도되었으며, 사회당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관련 내용이 나와 있다.
설립된지 무려 1년이나 된 이 덕후위원장의 김성일, 아니 '김슷캇' 위원장이 밝힌 덕후위원회 설립 의의는 이렇다.
3.결성목적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기본이념은 결성 추진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해왔다.
발안 초기에는 '문화적 소수자에 대한 정서적 차별 철폐'를 주요이념으로 내세웠으나, 점차적으로 '오타쿠의 정치적 배제 극복'을 내세우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오타쿠 스스로가 자신을 정치적 객체에서 주체로 승격시킨다'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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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위원장 김슷캇은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자연적 해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다시 덕후위원회에 대한 소개 / 닥치고 기본소득
사실 '정치'라는 요소에 조금 더 귀엽게 접근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만화평론가 김모씨는 '귀여운 것은 곧 강한 것이다'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고 지난 재보궐 선거 직전에는 각 정당들의 로고가 의인화되기도 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난 민주당 미소녀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그 이름도 딱딱한 '사회당'에서 참으로 경박하다면 경박하다 할 수 있는 '덕후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다. 재미있다뿐만 아니라 느낌이 굉장히 이상하다. 현 이글루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뜨거운 논의의 중심에는, 과연 오덕(오타쿠)들이 사회적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어떤 성과를 보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나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접근하고 싶은데, 첫째로 “근엄한 정치는 그것을 목도하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로 오지 말아, 네가 뭘 알아?’ 근엄한 정치는 곧 배제적 운동이다. 이것은 우리 당의 강령과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는 김성일 위원장의 발언에서 내가 느낀 불안감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정치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는 상당히 의미있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등을 돌린 이유 중 하나는 '알아듣기 힘들어서'라는 측면도 분명히 작용한다. 확실히 웬만큼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금산분리완화법이 뭐고, 박연차 리스트가 대체 뭐고, 재보궐선거가 뭔지 알기 힘들다. 덕후위원회는 비록 사회당 내에 속해있지만, 정당 내 위원회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동호회라는 느낌이다. 그만큼 친근하고, 편하다.
하지만 그 편한 느낌이 지나치면 아예 딱딱하니만 못하다. 다음은 덕후위원회가 제작한, 기본소득에 대한 한 자료다.

둘째로, 덕후(오타쿠)를 정치의 주체로 삼는 정당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여기에도 부정적이다. 덕후들은 분명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그 어떤 다른 집단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 힘을 사회당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쏟을지는 의문이다. 덕후들을 조직하여 어떤 것을 하겠다라는 목적과 계획이 이 위원회에는 결여되어 있다. 이에 대해 위원장 김성일은 "단지 덕후들에게 마이크만이라도 쥐여주자. 그들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오타쿠는 다소 특이한 취미를 가진, 그냥 일반 시민이다. 따로 그들을 별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정치의 주체 어쩌고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닐까? 따로 그들을 '덕후'로 분류하면 집단의 결속력이 올라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논의의 방향은 '덕후를 포괄하는 일반인'에서 벗어나, 단지 '덕후'를 위한 쪽으로만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는 점. 이렇게 해서 뭉친 덕후들이 실질적으로 가시적인, 뭔가 사회적인 부분에서의 성과를 낸다고 해보자. 그 성과에는 대체 어떤 것이 있을까? 사회당은 일개 이익단체나 시민단체가 아닌, 하나의 정당이다. 그렇다면 곧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사회당에 의해 구분되어버린 '덕후집단'과 '일반 국민'이 가지는 목소리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공통점이 있겠냐는 말이다. 차라리 다른 카테고리를 설정하면 모를까, '덕후'라는 카테고리는 그저 장난성, 혹은 포퓰리즘이나 일반인 현혹을 위한 시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오타쿠 동호회인 줄 알고 열심히 활동했는데, 알고보니 정당활동이더라 하는 식으로.)
오타쿠는 곧 문화를 생성하는 주체이고, 이는 정치적 변혁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관세를 낮춘다거나, 한국 IT 산업에 대한 지원 등을 덕후 집단이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나, 과연 그것이.. '덕후위원회'로 인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덕후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드나, 큰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사실. 좀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고.
여하간 이런 흐름들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긴 하다. 장애인, 청년, 여성 등과 '오타쿠'라는 카테고리가 나란히 놓이는 날이 올 줄이야.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면 흐름이고 문화적 현상이라면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어째서인지 이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마치 하나의 시트콤, 짧은 에피소드를 보는 것 같은 느낌. 앞으로 대체 이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확산되고 이동될지가 매우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진보신당에도 이런 비슷한 게 생겼더라. 참으로.. 웃기긴 한데, 정말로 무슨 의미가 있긴 한 것일까?
p.s. 그런데 정작 지금 이글루스에서의 논의방향은 제엠과 HELLA, 그리고 김슷캇의 충돌 구도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