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아의 우신예찬 - 4. 블로그톨로지. / 무규칙 이종블로그
'블로거'라는 이상한 호칭에 자부심을 가지고 정의의 투사인양 뛰어다니는 것은 메타블로그에 포스트를 올리는 사람들만의 특징이다.그들에게 '블로거'는 하나의 계급장이며 훈장이며 작위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Blogger)' 이라는 의미에 한정해서생각하면, 절대로 저런 자부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 수시아의 우신예찬 - 4. 블로그톨로지.
꽤 오래전에, 수시아의 블로그에서 블로그에 대한 우신예찬을 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이후 죽, 어떤 식으로 이 글에 대한 반박을 제기하면 좋을지 생각했었다.
수시아가 저 글을 쓰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블로그를 모델로 삼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수시아가 지적하는 바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블로그를 한다는 이유로 "블로거"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일반 네티즌과는 다른 존재로 두고,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일단 저 글은 전체적으로 "블로거"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작자들에 대한 반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대체 그놈의 우월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것인가? 어딜 보면 블로거들이 우월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이글은 현 블로고스피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블로거의 가치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글에 따르면 민노씨나, j준(재준), 그 외 블로거들이 쓰는 글들은 우월 의식에서 나온 자기위안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블로거에 대한 그들의 고찰이나 생각, 노력들은 단순한 '우신'이 되어버린다. 블로거는 어쩌고 하는 계몽성 혹은 비판을 띠고 있는 글들은 모두 "블로거는 다른 네티즌과 똑같이 우매한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라는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 될 테니까.
하지만 정말 그런가? 내가 보기에 이런 논의들은 일반 네티즌과 블로거를 차별화한다기보단, 블로거 자체의 윤리나 소통 방법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일반 네티즌에게 유식하게 보이려는 의도보다는 블로거들끼리 잘못된 점은 고쳐나가고 하는 자정의 의도가 더 강하다는 소리다. 사실 받아들이기 나름이긴 하다. "우린 블로거니까 뭔가 있어보이고, 그들과는 달라야 하며, 여러 가지 면에서 그들과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해" 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반면, "이왕 블로깅을 할 거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블로고스피어를 이끌어가보자"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어쨌든 이걸 "블로거들이 우월감을 느끼려고 그런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좀 오버가 아닌가 싶다. 블로고스피어는 또다른 일종의 사회다. 그 사회 구성원들끼리 스스로에 대해 하는 논의들이 어째서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단 말인가.
수시아는 '블로거'라는 명칭 자체가 블로거로 하여금 어떤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하는데, 난 "블로거"란 그냥 어떤 필요성 - 블로깅을 하는 존재들을 지칭하기 위해서 - 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냥 호칭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NoSyu님이 제기하신 의문 - 왜 유독 블로깅을 하는 사람만을 블로거라고 하는가 - 에 대한 답변도 이걸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나,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보다 블로깅을 하는 사람을 지칭할 일이 훨씬 많다. "블로거"자체에 별다른 가치가 부여되어 있다고 느낀다거나, 아주 대단한 의미를 찾는다던가 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오버로 보인다.
간혹 기업이나 정치인들이 블로그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시도를 한다. 수시아는 이걸 보고 염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블로그 컨퍼런스 같은 이상한 행사를 열어 블로거를 이용해먹고자 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잔뜩 불러모아놓고 명함을 교환하게 하는 행사가 짜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소통을 지향한다'라는 블로그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블로그 자체에 진보적이라던가, 쿨하다던가 하는 이미지가 담겨 있어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블로그는 누구에게도 어떤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수시아 말마따나 개나 소나 블로깅을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양반층도 아니고, 누구나 블로거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나는 블로거다" 라는 우월감을 느낀다라.. 어불성설 아닌가? "블로거"와 "블로그"에서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건 오래전이니까.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논의는, 수시아가 말하는 "진보적이고 쿨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보수적이고 딱딱한" 성향과의 공존을 꾀한다. 이런 논의들은 블로그란 매체와 블로거라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것일 뿐, 이런 식으로 폄하될 이유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수시아의 글에는 "그들의 관심은 '블로그'라는 직위가 모니터 밖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증명하는 것에 집중되어있다." 라는 말이 등장한다. 블로거는 스스로가 네티즌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우월감을 느낀다라는 것과, 블로그라는 직위가 현실에서도 적용되는지 증명하려 한다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맥락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뭐.. 여기에 대해 따로 말하자면, 웹과 현실은 사실상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웹에서 일어나는 일이 곧 현실에 반영되고, 현실에 일어나는 일이 웹에 영향을 끼친다. 이 둘은 밀접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러므로, 블로깅을 현실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오히려 수시아 자신이 "나는 우민들과는 다르다" 라는 우월감 혹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p.s. 마지막으로, "블로그톨로지"라는 게 대체 뭔가? 구글링을 하니 blogtology라는 단어가 나오기는 하는데 검색결과가 고작해야 20000개이고, 한국어로 블로그톨로지라고 검색해도 오직 수시아의 그 글만이 나온다. 왜 블로고스피어라는 말을 두고 블로그톨로지라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괴한" 용어를 굳이 골라서 썼는지가 또한 의문이다.
오전 12시 23분 추가 : "한님"께서 블로고톨로지라는 단어에 대한 해설을 해주셨습니다.
한님
2009/03/16 20:38
'블로그톨로지'라는 표현은 무언가의 용어 설정 같은 것이 아니라, 저 '우신예찬' 시리즈의 다른 주제들과 마찬가지로 비판 대상을 종교단체로 비유한 표현에 불과합니다. 애플진리교(옴진리교), 구글리언(라엘리언 무브먼트), 불여우의 증인들(여호와의 증인), 블로그톨로지(사이언톨로지), 날아다니는 얼음집 괴물(FSM) 등.
'블로그톨로지'라는 표현은 무언가의 용어 설정 같은 것이 아니라, 저 '우신예찬' 시리즈의 다른 주제들과 마찬가지로 비판 대상을 종교단체로 비유한 표현에 불과합니다. 애플진리교(옴진리교), 구글리언(라엘리언 무브먼트), 불여우의 증인들(여호와의 증인), 블로그톨로지(사이언톨로지), 날아다니는 얼음집 괴물(FSM)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