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보게 된 한겨레의 기사다.


  하루 4~7시간을 투자해서 한국에선 사실상 변두리 신문이라고 볼 수 있는 한겨레를 번역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었으나, 더 놀라운 건 조중동 같은 거대 신문사에선 이미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데에 반해, 한겨레나 경향에선 그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조선일보





 영어, 일본어, 중국어의 삼 개 국어를 지원한다. 메인화면에서 쉽게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동아일보




  메인에서는 일어/중국어 페이지로 가는 링크를 찾을 수 없었으나, 사이트맵으로 가면 이동 가능하게 되어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삼 개 국어를 지원한다.

중앙일보




  메인에서 쉽게 탐색이 가능하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세 개 국어를 지원한다.

한겨레


  영어 하나만을 지원한다. 광고는 한국어로 되어 있는 게 재밌다.

경향신문

  내가 못 찾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외국어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각 신문사의 다국어 지원 서비스는 과연 무엇을 시사하는가.

  외국어로 된 페이지를 운영한다는 건 손이 정말로 많이 가는 일이다. 단순히 기사의 번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메인 페이지에서의 기사 노출, 배치 등 여러 가지를 따로 로컬라이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사 번역만으로도 진이 빠질 테지만.

  하지만 다국어 지원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일단 외국인의 경우, 한국의 정보를 찾아볼 때 해당 신문사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보다는 자신의 나라의 언어로 기사가 쓰여져 있는가에 주목할 확률이 훨씬 높다. 보수 우파 언론이 싫다고 해도, 한국어를 모르는데다 한국의 소식을 접할 길이 그런 언론사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다국어를 지원하면 일단 해외로부터 오는 리퍼러는 확실하게 확보하는 셈이 된다.

무엇보다 이 세 사람은 일본 신문과 조·중·동의 일본어판 사이트로만 한반도 소식을 들어야 하는 현실에 “화가 치밀었다”고 한다.이들은 “진실을 전달하는 한겨레 기사가 일본에 더 많이 소개될 때, 더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한겨레 기사 중

  현 진보 언론은 그런 면에서 보수 언론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자본력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경향의 경우 영어로 된 기사조차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애초에 그런 쪽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거나, 어쩌면 아직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로 된 언론사 사이트의 기사는 해외 언론에서도 인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세 개 국어를 지원하는 언론사가 조중동 셋밖에 없으니 저 언론사가 의도하는 기사, 팩트가 국외로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 같은 경우 일본어 기사 제공을 일본인들의 자원봉사에 맡겨야 한다는 점은 상당히 안타까운 점이라고 보여진다. 현 진보 언론사들은 한국 내에서의 여론과 한국 내에서의 보수 언론의 지배만을 신경쓰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앞으론 좀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진실을 전할 대상을 한국인에 한정지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정확하고 왜곡 없는 정보는 이쪽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더욱 절실할 수도 있다. 조중동과 현 한국의 세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상, 또 현 한국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지 않는 이상 왜곡된 진실에 휘둘리기 훨씬 쉬운 것은 그들이니까. 이렇기에 진보 언론사의 다국어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경향신문의 경우 솔직히 충격이었다. 아무리 여유가 없다 한들, 영어로 된 기사 정도는 제공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조중동은 어떻게 하면 이 바닥을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으로 완전히 독식해버릴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진보 언론사는 과연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 하는 것일까? 모르거나 안 하는 것이라면, 그건 어쩌면 진보 언론사의 한계를 나타내주는 현상일 수도 있고, 여건상 못 하는 것이라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 수 없다. 마치 자본 앞에서 진실이 무릎꿇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요소들을 보면, 현 진보 언론사에 뭔가가 심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그 느낌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특정짓지 못했기에, 이 글의 제목도 저런 식으로 짓고 말았다. 모르긴 몰라도 저 부족함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진보 언론이 보수 언론세력을 누르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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