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사건과 관련된 뉴스들을 보고 생각했던 것 몇 가지를 여기 풀어놓아 보려고 한다.


1. 저게 국회의장의 '중재력'이라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처리 시일을 확실히 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다가, 양 당 사이에서 타협점이 발견되지 않자, 결국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민주당으로 하여금 협상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리고선 김 의장의 중재능력을 칭찬한다. (중앙일보)

  난 대체 뭐가 중재능력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민주당으로 하여금 한나라당과 함께 타협안을 내게 했다는 것은, 어딜 봐도 협박이다.


  지금 당장 죽을래, 아니면 100일 후에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줄까?
  지금 당장 직권상정 당해서 표결할래, 아니면 100일동안 한나라와 적당히 타협해볼래?


  당신은 뭘 택하겠는가? 이게 무슨 조삼모사 패러디인가?

  김형오 국회의장의 의도는 이해할 수 없는 바 아니다. 조금의 진전도 없이 계속 설전만 오가고, 서로의 관계는 꽉 막힌 채 이놈의 입법 절차는 진도가 안 나가고, 국회의장다운 위엄도 좀 보여야겠고. (지난번에 실추된 이미지도 있으니까) 어쨌든 양 당의 행보에 뭔가 긍정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냈다면 모를까, 직권상정이라는 것으로 민주당을 압박해 지금 당장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다소 비열하다. 지금 이건 결코 양 당에게 있어 평등하게 제시된 조건이 아니다. 민주당의 일방적 양보를 강요했을 뿐이다. 난 이 점을 납득할 수 없다.


2. 언론노조는 어떻게 되는 건가? 국민들은?

  마치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특히 MBC의 경우 해외로 전하는 동영상인지 뭔지 때문에 (내가 이 자체를 그리 나쁘게 보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해외를 타겟으로 삼았던 거라면 이건 실패다) 욕도 엄청 얻어먹고 (1) (2), MBC, CBS, YTN 할 것 없이 노조원들 또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상당히 큰 희생을 감수하며 파업을 감행했던 것일 텐데, 믿었던 민주당께서 갑자기 한나라와 타협을 하기로 했다니, 노조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들은 분노한다. (프레시안)
 
  그리고 나도 어이가 없다. 현재로썬 배신감만 든다. 설령 6월까지 타협안이 나온다 한들, 그들이 무슨 수로 60%가 넘어가는 미디어법 반대 여론을 잠재울 것인가? 국회에서 의사봉만 두드리고, 끼리끼리 투표하면 끝인가? 이 또한 납득하기가 힘들다.


3. 4월 재보궐선거

  혹시 민주당은 4월 재보궐선거에서 뭔가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로서는 2008년 6월에 있었던 재보궐선거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는 걸 기대하는 건 웃기고) 혹시 그걸 이용해서 뭔가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니 그럴 듯하다.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를 누르고 그 절대적 힘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어나가서 결국 국회에서 개정된 미디어법을 통과시킨다면 (혹은 부결시킨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우리는 너희들이 원하는 것처럼 타협도 해보고, 어쨌든 할 만큼 했다" 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을 테니까. 이건 좀 더 두고봐야겠다.



4. 중요한 상황에서, 한 마디로 국회를 평정하는 박근혜?

  박근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로 대신한다.

  역시 박근혜는 비겁하다 / Eau Rouge

 


  그래서 결국 오늘의 결론. 여러 모로 골때리는 국회의 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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