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어설픈 양비론을 들이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지금 마음 속에서 찝찝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말하려 할 뿐이다. 내 마음이 이토록 찝찝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기사의 한 부분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9일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게시되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내사에 착수했다. - 한겨레

  정부의 주장(즉,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공문으로 전송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미네르바는 결국 검찰에게 껀수를 내준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정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그들에게 책잡힐 발언을 한 것은 미네르바의 큰 실책이다.
 
  허위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MB정부 행태로 보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편이 속편하고, 납득이 간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정말 독학으로 경제를 공부했고, 저런 기관들과는 아무런 연계관계가 없으며 단순한 무직이었다면 지금 상황으로썬 검찰쪽 주장에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비열한 행태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저 소리를 이 블로그에서 했다면, 나는 잡혀갔을까? 그것도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정부는 미네르바가 자신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민중의 아이콘, 아이돌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리 작은 꼬투리라도 놓치지 않고 공격을 했던 것이고, 결국 그의 정체를 온 나라에 공포했다. 미네르바는 30세의 무직이고, 경제는 독학으로 익힌 것이 전부인 무능력자며, 위선자에 거짓말쟁이였다. 너희들은 낚인 거다, 라고. 실제로 정부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보수언론 신문사가 뽑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국민들을 '진짜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난 물론 미네르바 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는 무죄다, 당장 그를 풀어줘라'라고 주장하기는 다소 힘들지 않나 싶다. 정부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은 미네르바 본인이다. 이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출 길이 없다. 미네르바가 절필선언을 한 후 우리의 곁을 그대로 떠나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차라리 그 편이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니었을까. 그는 언제까지나 영웅의 모습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번 체포가 한국 사회에 아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정부만 비판해도, 현 상황을 다소 정확히 진단하고 그럴 듯한 대안을 제시하기만 해도 정부의 주시 대상이 되고 아주 작은 건수만으로도 체포되어 구속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건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 비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도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겠다.

  (추가: 검찰의 법 적용이 지들 편한 대로, 지들 유리한 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말 고까운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잘난척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조금만 더 냉정해지자는 거다. 나는 누가 뭐래도 MB를 비판하고 현 정부를 달갑지 않게 보는 촛불 지지자다. 하지만 지금 아고라를 보면 답답함이 없지 않다.



  p.s. 지금의 내 솔직한 심정은.. 난 그저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나 이 글을 쓴 놈으로 전락하고 싶다. 아니, 경찰의 오인체포였으면 좋겠다. 진짜 미네르바는 다른 곳에 숨어 있고.
  p.s. 그보다 검찰도 골빈 놈들로만 가득한 줄 알았더니 이런 건 또 잘 잡아내네.. 이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려나?
  p.s. 올블은 왜 하필 이럴 때 서버가 맛이 가는 건지 모르겠다. 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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