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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다. 대만에서도 같은 원작 만화를 가지고 드라마화 했다고 하고, 네이버 검색해보면 이 드라마 좋아하는 인간이 한둘이 아닌 것 같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내 여동생도 이 드라마 전편을 본 전력이 있다.

  물론 난 일본판도 몇 번 (내용 파악할 정도로만) 보다 말았다. 애초에 내 취향이 아닌데다가, 내용이 너무 뻔한, 그저 그런 소녀취향 순정만화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친아(풀어서 말해보면, 돈 많고, 집안 좋고,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제기랄..)들 넷에 둘러싸여 초반엔 티격태격 하면서도 결국에는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여주인공. 어디서 무진장 지겹게 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어째 드라마 볼 때마다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는 한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 소설, 만화,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뭐 이미 우리에겐 '애기야, 가자'로 너무나도 유명한 빠리의 연인도 있겠고, 룰루공주인가 루루공주인가 그것도 마찬가지였고, 또 뭐가 있던가.. 하도 자주 보다보니 이젠 기억도 안 난다. 꼭 '재벌'과 빈곤녀의 연애가 아니라도, 일진과 평범한 여학생이라던가, 대통령(또는 국왕) 아들과 평범한 여자라던가 이런 설정도 굳이 따지자면 신데렐라의 범위에 들어갈 테지. 이런 것들을 예로 들기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 각자에게 나와 비슷한 기억과 경험이 있을 것이라 믿고 예는 그만 들도록 하겠다.

  뭐, 신데렐라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여기서 접어두고, 드라마 본연의 전반적 구성으로 돌아가보자. F4, 남자인 내가 봐도 잘 생겼다. 솔직히 말하면 열등감 때문에 죽고 싶어진다. 그에 반해 나의 사랑하는 구혜선은 정말로 빈티난다. 화장도 적당히 해치운 것 같고, 여하간 얼굴에 '저는 저 간지남들에 비해 열등합니다' 라고 쓰여진 것 같다. 성격도 까칠할 것 같은 느낌이고. 저러니 스토리상 왕따 당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런데 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지 (페로몬 향수를 사용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저 간지남들이 하나둘 빠져든다. 나는 여중생이 아니지만, 내가 알고 지내던 몇몇 여중생들의 말에 따르면 저건 로또 그 이상이라고 하던데. 이상은 높되 현실은 시궁창이라. 저런 신데렐라 설정은, 우리 남자들이 소위 말하는 '하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 분명 그렇겠지.

  하여간 내가 이 드라마에 대해 그다지 탐탁지 않은 감정을 갖는 이유는, 나로 하여금 열등감을 불러 일으켜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부한 스토리는 둘째치고 외모와 돈으로 여성을 현혹한다는 이 사회 부정적인 세태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너무 일본 냄새가 난다는 데에 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주장은 몰라도 세 번째에는 공감을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줄로 안다. (어차피 첫 번째나 두 번째에 대해서는 위에서 지겹게 떠들어댄 바 있다)'일본 냄새'라니, 솔직히 내가 과민반응하는 면도 없지 않다. 허나, '꽃보다 남자' 자체에 이미 '일본적 정서'가 상당량 함유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주인공들의 모습도 지극히 일본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적잖게 든다.

  다음의 이미지를 봐주었으면 한다. (링크) 뭔가, 어딘가 친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그런 뭔가가 느껴지지 않는가? 느껴지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근데 뭐랄까, 참으로 '이국적이다'라는 느낌을 도통 지울 수가 없다. 얼굴은 한국인인데 외모에서 풍겨져나오는 분위기는 한국이 아니다.

  '꽃보다 남자'는 이미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 없다. (이미 1화에서 시청률 25%를 기록했다.) 원작이 재미있으니까 드라마가 된 거고, 드라마가 재미있으니까 큰 호응을 얻은 거고, 큰 호응을 얻었으니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국내에도 이 드라마 팬층이 꽤 두텁게 형성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난 진짜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한국 방송국에서 일본 드라마를 보는 이 느낌이란. 안 그래도 사회 곳곳에 일본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이 상황에서 (거리에 나가보라. 일식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네이버로 가보라. 일어가 쓰여지고, 일본애니 일러스트로 도배된 블로그가 한둘이 아니다. 새해 인사를 하면서 일본어로 あけおめ 이러고 있는데 기가 막혀서 죽을 뻔했다. 하기야, 내가 할 소리는 못 되는 것 같다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다. 솔직히 말하면, 좀 많이 안타까웠다. 

  하여간 이런 저런 이유들로, 예고편을 볼 때도 그리고 본편 1화를 볼 때도 참으로 탐탁찮았다. 아직 1화만 방영한 드라마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참 웃기긴 하지만, 원작이 있는 한 내용 전개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려우므로. 또 글을 죽 읽어보면 알 수 있듯, 이건 정말이지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견'은 환영하지만, 제발 '공격'은 참아줬으면 좋겠다.



 p.s. 위에서 열심히 신데렐라 어쩌고 떠들어놓고 글의 마지막에서는 일본문화 유입 어쩌고 하면서 끝을 맺다니, 내가 봐도 정말 한심한 글이긴 하다.
 p.s. 논거가 엄청 빈약하니 발행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모 님의 의견도 들었다만.. 뭐 누구 설득하려고 쓴 글도 아니고, 그냥 내 필력의 한계라고 생각하련다.

p.s. 이건 IRC에서 잠깐 나눴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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