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2008/08/12 16:26
  서점에 들렀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되어 있는 이외수 옹의 '하악하악'을 읽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2위는 '코믹 메이플스토리'였다) 전에도 슬쩍 지나가면서 보긴 했지만, 마치 이외수가 DCinside 밖으로 튀어나와 글을 썼다는 느낌이라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도 없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는 교보문고



  각설하고, 오늘은 조금 진지하게 앉아서는 그 내용들을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책은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간결하다. 짤막한 글들과 그림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본 사람은 알 것이다)종이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이외수가 추구한 것이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이해해주기로 했다. 레이아웃만큼이나 글도 간결하다. 굉장히 가벼운 문체로, 쉽게 써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그랬다. 쉽게 읽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지나치게 가벼워 보여서, 이런 책을 12800원 받고 파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거야 그냥 현대인들의 식상함을 단기간에 해소해주고 물러나는 일회용 책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이 책은 확연히 달랐다. 그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의 집합 속에서, 나는 진리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그 진리가 도대체 뭐였냐고 물어본다면.. 굉장히 창피하지만, 나의 지나치게 편향된 성격과 여러 곳에서 날 위장하고 있는 가식이 문제였다 라고 대단할 수 있겠다. 그건 그렇고, 야동, 흠좀무, 개쉐.. 이런 단어들을 이렇게 시적으로 쓰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그것도 이만큼 연륜 있는 작가들 중에.

  그는 여러 가지로 상식을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준다. 디씨 이외수갤에서의 행적도 그 중 하나요, 시트콤 출연도 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그는 진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두껍고 딱딱한, 그런 진부한 것들과는 달리 가볍고도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이외수. 진정으로 문학작품에 요구되는 것은, 제 잘난 맛으로 써내려가는 문체가 아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된 것도 이해가 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 왜 '하앍하앍'이 아니었냐는 것. '하앜하앜' '하읅하읅' '헉헉헉헉' 도 괜찮지 않았나 싶다. 비교적 범죄적인 느낌이 풍겨오는 의성어(이건 의태어라고 봐야하나?)들이긴 하지만.

  역시 12800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긴 하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사놓고 두고두고 간직해가며 볼 자신은 없었다. 그러니 나같은 인간들은, 에어컨 틀어놓는 대형서점에 가서 두 시간정도 독서용으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독파하고 오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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