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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2월 17일



  아이팟이 물에 빠져서, 사망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우울한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아이팟의 ‘데이터’ 복구기를 써보도록 하지요.. 전 아직도 우울합니다. 내 아이팟. 사랑스러운 내..

  물에 빠진 직후 아이팟은 경련을 일으키듯, 제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화면이 전환되다가, 홀드가 풀렸다 걸렸다 하면서 고통을 온 몸으로 표현했습니다. 보는 제 마음이 다 아프더군요. 저는 그런 아이팟의 눈을 필사적으로 감겨주려 했지만, 버튼은 절 거부하고, 결국 스스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일단 알코올과 에탄올을 필사적으로 찾았습니다만 없길래 포기. 이 기회에 하나 사둘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여하간 물을 순간적으로 증발시킬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바람으로 말리는 것뿐. 하지만 전 원래 성격이 엄청 급한지라, 48시간 동안 말리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한 4시간 말리다가 켜봤습니다.
 
  오오!  .. 안 켜지더군요. 그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그 순간 분명 쇼트가 나서 아이팟이 완전히 사망했을 거랍니다. ..이런 제기랄.

  그래도 전 울지 않았습니다. 필사적으로 웹을 뒤져서 요즘 아이팟 나노 2세대 레드 시세가 얼마인지 찾아봤습니다. 4기가 12만원. 이 타이밍에 적절히 하나를 구입할까.. 하다가 일단 살려보려는 시도라도 해야지 해서 “아이팟 나노 2세대 중고” 라는 검색어가 “아이팟 나노 2세대 분해법”으로 바뀌었습니다. 허허. 외국 쪽에 자료가 있을 것 같아서 영문으로 검색했지만 안 나오더군요. 그래서 결국 한국 웹사이트 쪽에서 아이팟 나노 2세대 분해된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분해를 해보기로 했지요. 하지만 제가 몰랐던 사실은, 그 분해 사진이, “진짜” 분해 사진이었다는 것입니다. 회복이 불능하게 분해하는 거란 말입니다.

  .. 여하간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이팟을 분해해봤습니다. 5시간 전만해도 이 기계의 속살을 보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었는데 말입니다. 말이야 쉽지, 진짜 분해하려고 하면 괜히 불안해서 죽을 맛입니다. 서툴게 하다가 뭐 하나 부러지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죠.

  마음 단단히 먹고, 아이팟 아래쪽의 하얀 플레이트를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들어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usb 단자와 이어폰 단자가 보이고, 나사 두 개가 보였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세 개 였을지도.) 이어폰 단자를 살짝 꺼내고, usb 단자를 고정하던 철판을 들어내자, 저 깊숙한 곳에 작은 나사가 또 하나 박혀있는 게 보이더군요. 기판을 아이팟으로부터 빼내려면 모든 나사를 분해해야 하기에, 일자 드라이버로 그 나사도 제거했습니다만, 이게 조금 힘들었습니다. 왜인지 자꾸 헛돌더군요. 잘 보이지도 않고.

  여하간 그렇게 나사를 다 제거한 후, 위쪽으로 와서 플레이트 제거하고, 홀드버튼(이게 상당히 단순한 구조더군요) 안 부서지게 살살 기판 들어내고, 나사 푼 후, 기판 전체의 아래쪽을 드라이버로 눌러서 아래에서 위로 빼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는 빠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빼는 순간, 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어폰단자와 기판을 연결하던 케이블이 끊어진 것이죠. 이어폰 단자 폭이 너무 넓어서 아이팟의 케이스 속을 통과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걸 무사히 빼내고자 하면 휠 부분도 같이 제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역시 실력이 없어서 못 하겠더군요. 예로 제공된 사진도 없고.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어차피 아이팟이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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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해서 텅 비게 된 아이팟 껍데기. 휠 만은 붙어있습니다. 휠 부분과 본 기판이 어떤 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연결되는 케이블 같은 것도 안 보이고. 여하간 일단 꺼내니 물기가 가득. 손이 젖어오더군요. 이런 상태에서 전원을 넣었다니. 저도 참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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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 닦는 걸 잊어버린 상태로 찍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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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게 많았는데,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건 없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배터리와 기판은 일반적인 방법으론 분리/장착이 안 되는 형식인 것 같습니다만 해체한 사진에는 분리되어 나오던데.. 부숴야 하는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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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드 버튼을 보시면, 생각보다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여하간 대충 붙여보기도 했는데, 이런 기괴한 모습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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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이어폰 단자.

  여하간 해체 직후, 드라이어를 시원한 바람 모드로 맞추고 열심히 말려댔습니다. 약 30분 정도? 전부 해체된 상태라 마르는 속도에 대한 걱정은 안 되더군요. 그 후에 다시 조립. 그냥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어폰 단자까지 잘 끼워 넣었지요. 문제는.. 작동을 안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다음날인 오늘, 점심 즈음에 USB 연결을 시도했더니, 그리운 애플 로고가 절 반기더군요. 정말 눈물 났습니다. 내 컴퓨터에서의 드라이브 접근도 정상적이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친구에게 CD 빌려서 립 떠놓은 음악들, 그리고 기타 각종 사운드(?) 들을 하드디스크로 옮겼습니다. 재생목록도 백업하고, 음악들도 전부 DVD로 구웠습니다. iTunes의 백업 기능이 좋더군요. 나중에 복원도 자동으로 해준다고 하고 말이죠.

  문제는.. 아이팟이 정상작동 하냐 이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었습니다. 일단 휠이 안 먹습니다. 휠만 안 먹는 게 아니라, 가운데 버튼도 안 먹고, 여하간 홀드 이외에 작동되는 버튼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아이팟이 무한 충전모드(?)입니다. 무슨 소리냐면, usb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도 "충전중"이라고 인식해버려서, 아이팟이 꺼진 상태에서도 충전 중임을 알리는 표시가 뜨고, 그럼으로 인해 배터리가 무조건 방전되게 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어폰을 사용할 수 없어요.

  ..운명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너무 아쉬운 게, 집에 있는 다른 아이팟 나노(1세대)는 벌써 3년이 넘게 잘 사용하고 있는데 1년하고도 2주 지난 나노 2세대를 날려먹었다는 건.. 너무 괴롭네요. 오늘 전자제품점 가서 클래식과 나노 3세대를 만지고 왔습니다만, 그 무엇도 제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더군요. 너무 2세대 나노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 미려한 디자인, 그리고 색깔이 너무나 포기하기 힘듭니다. 사이즈도 저만큼 적당한 게 없고, 저만큼 스크래치 걱정 없이 들고다닌 아이팟도 없습니다. 당장 3세대부터 스킨이 필요하니.. (전 1년간 2세대 쓰면서 스킨은 단지 액정 보호필름 하나 썼었지요)



  2세대 나노 가격도 중고 가격을 보니 흐음.. 한국가면 다시 생각해볼 법도 한데 솔직한 심정으론 이 기회에 클래식 사고 싶습니다. 무게감이 좀 많이 느껴지고 큰데다가 반응이 느리다는 점이 너무 싫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클래식이 안 된다면 나노 2세대 레드를 사겠지만, 솔직히 그건 맘에 좀 안 드네요. 너무 작아요. 터치는 일단 안중에 없고요.

  돈..   그래도 데이터 살렸으니 그걸로 일단은 만족하렵니다. 하아아. 



  p.s 아이팟 분해법, 그리고 부품들은 http://www.ifixit.com/ 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단자 분리도 간단한 거였군요. 내가 왜 이 난리를 피운 거지.. 울 것 같습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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