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2007/11/23 20:35
  최근에 이글루스, 티스토리 등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봤다. 18star(이하 18)을 정통부에 신고해서 의기양양한 필체로 쓴 글도 읽었고, 자신의 아들이 성인 동영상을 보는데 이걸 어찌해야 하냐는 부모의 글도 읽었다. 일련의 글들을 읽으며, 그리고 사건들을 보며 어른들이란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생각해보자. 몸과 정신이 건강한 청소년기의 남학생이 각종 성인물을 접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요즘 세상에서, 아니 옛날부터, 가능했던가?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성욕이라는 것은 굉장히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남성(그리고 여성)에게 성욕이 없다면 그것은 정상이라고 보기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도록 청소년의 성인물 접근을 저렇게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17세는 성인물을 보면 안 되고, 18세는 보면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성인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의 맑은 정신세계를 온 힘을 다해 지켜주려고 한다는 점은 잘 알겠다. 그래, 더러운 그리고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학생이 야동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처럼 여겨지는 사회다. 그런데, 그건 단지 어른들의 기대일 뿐이다. 일단 학생 된 내 입장에서 쓰는 글이니 상당히 편파적인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겠지만 뭐 여하간 한번 읽어만 줬으면 한다. 참고로, 내 경우 성인 동영상은 2년 전에 뗐다는 사실도 알려둔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어른들의 기대라는 것은, 역시 상당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어른들의 기대에는 항상 제재가 따른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내 말은, 그게 현실적이냐는 거다. 야동 금지. 뭐 거기까진 좋은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이 그런 각종 동영상을 더 이상 안 구해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굳이 18성 따위의 사이트가 없어도(사실 난 이번 사건으로 인해 18성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해당 사이트를 이슈화 해준 모 님께 감사할 뿐이다) HCG구하러 갈 곳은 널렸고 유해자료 차단 프로그램을 깔아봤자 백업 이미지 복구하면 끝이다. 컴퓨터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만 있어도 자신이 다운받아둔 야동 숨기는 것은 일도 아니고(어쨌든 우리 꼬꼬마들에게는 나베르 지식인이라는 훌륭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걸 들킬 일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없다. 개나 소나 주민등록번호 도용하는 세상에 뭘 더 바라겠는가? 건장한 청소년의 성인물 접근을 막겠다니, 이 얼마나 웃긴 생각이냐 이 말이다.

자신의 아들이 야동을 본다고 해서 화낼 것도, 흥분할 것도 없다. 어차피 자신들도 다 봐오면서 커왔을 텐데 뭐. 요지는 애들을 어릴 때부터 얼마나 잘 교육하느냐, 기초를 얼마나 잘 세워주느냐에 있는 것이지, 이미 다 자란 애들이 야동 한 두 개 다운받는 거 막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안일한 대처가 성 범죄자를 양성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면에서 억압을 받은 사람이 그 호기심, 그리고 욕구를 이기지 못해 성 범죄자가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60살이나 드신 유치원 원장도 고등학생을 추행하는 시대에, 몇 살에 뭘 접하든 솔직히 그게 뭔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그것들이 청소년에게 좋게 작용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저학년들 사이에서 매직키드 마수리라는 KBS 제작의 병맛 아동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인기 때문에 KBS 9 뉴스에도 잠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드라마(라는 이름의 교육방송)를 보다가 토할 뻔 했다. 매직키드 마수리 속의 아이들이 보여줬던 연기는 너무나 모범적인 그것이어서 마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너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저런 찌질이들.. 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른들의 모든 기대에 부응하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계. 참으로 역겨웠다.

결론을 내기가 상당히 힘들어졌는데.. 다른 건 필요 없으니 그냥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 상식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니, 단어 선택이 잘못 되었나. 현실적으로 라고 바꾸는 편이 낫겠다.

 

 

돈 벌려고 야동 만든 것도 다 성인들이잖아?

 

  
p.s.
무슨 댓글이든 전부 받아들이겠습니다만 부디 이 블로그에 접근하고 있을지 모르는 건전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가 될만한 발언은 삼가 주십시오. 비밀댓글로 달아주신다면 상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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