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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능이 많다고 해봤자


  얼마전 난 아이팟 클래식에서 아이팟 나노로 돌아섰다. 크기와 무게도 부담되었고, 내겐 클래식의 많은 기능들-비디오 등-이 필요하지 않았던 탓도 있다. 부가기능을 따라가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본 기능인 음악 재생에 충실한 플레이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쓰는 전자사전은 아이리버 딕플 20이다. 알다시피 본 전자사전에선 mp3, 라디오, 게임, e-book, 사진앨범 등 뭐 하여간 많은 것들이 부가기능으로서 들어있고 최근에 나오는 사전들에는 동영상, dmb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 기능들을 첫 일주일이 지난 후 거의 안 쓰게 되어버렸다. 사전의 본 기능에만 충실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다만 내가 딕플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전 검색이 쉽고 단어의 구성, 뜻이 한 눈에 쏙쏙 들어오는 미려한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이것만으로도 딕플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pda도 그렇다. 난 06년 겨울부터 rx3715로 pda사용을 시작했는데, 처음 일 년 정도는 동영상이다 게임이다 문서작성이다 출납부 작성이다 메일 확인이다 rss 읽는다 뭐 한다 하면서 정말 열심히 썼었다. 그러다보니 질렸다. 지금의 나는 3715를 떠나보내고 m4500을 사용 중인데, 같은 pda, 즉 pocket PC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이것으로 거의 유일하게 하는 건 날씨 확인과 지하철 노선 확인, 그리고 pda 본연의 기능인 일정관리와 메모 작성이다. pda를 활용한다는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웃길 수도 있겠으나, 그리고 pda를 제대로 못 사용한다고 웃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의 난 예전 어느 때보다 이 PDA란 기기를 잘 사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PDA의 좀 더 기본적인 기능들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난 해야할 일을 잊거나 약속을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예전에 봤던 동영상들이나 게임들을 보면 왜 그런 것들로 메모리를 낭비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물론 PDA는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너무나도 매력적인 기기임엔 틀림 없다. 롬 게임, RSS Feed reading, 음악 듣기, 베이스 연주 동영상 감상, msn 등을 동시에 하고 싶다면 이만한 기기가 있을까.)

  몇년 전쯤에 삼성에서 PMP 디카를 만든 적이 있다. 지금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사실 당시 난 그 제품의 광고를 보고 비웃었었다. 디카면 디카지, 억지로 쑤셔넣느라 정말 고생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이 그리 많이 바뀌진 않았지만.. 라이트 유저들이라면 별개의 문제이다만, 나라면 작고 예쁜 똑딱이 대신 커다랗고 무겁고 또한 투박한 DSLR을 고르겠다. 지금의 나는 부가기능보다 본래의 기능을 얼마나 충실이 이행하느냐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세상은 진보하고, 기술도 발전해서 핸드폰이 디카가 되고 디카가 pmp가 되고 pmp가 pda가 되고 pda가 핸드폰이 되는 날이 왔지만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런 엄청난 수준의 '부가기능 추가'가 정말 인간의 모바일 환경을 윤택하게 해줄 것인가? 가지고 다녀야 하는 기기의 수는 줄겠지만 이렇게 '어중간하게' 즐겨서 얻는 게 무엇일까? 물론 각자의 기능들이 엄청난 수준을 자랑하면 모를까 아직 mp3p에서 재생할 수 있는 동영상은 코덱과 해상도, 프레임 제한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pmp의 흉내는 내도 pmp는 아니라는 거다. 핸드폰도 마찬가지. 난 핸드폰이 디카를 어느 정도까지 흉내낼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하다.

  한 분야만 파고들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난, 뭔가 한쪽에서만 연구하고 노력하여 전문성을 띄는 기기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저것 건드려보기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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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상당히 의지가 약한 놈들 축에 속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 스스로를 의지박약증 환자라고 칭해왔을 정도니까. 완벽을 목표로 오랜시간 계획하고 또한 실행하던 일들을 관심 저하나 주변 상황 그리고 의지 박약으로 포기했던 적이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어보자. 그 첫번째 예로 홈페이지 제작을 들 수 있겠다. 홈페이지 제작붐잉이 일어나던 시절, 난 당시 포털들에서 제공하던 무료 계정을 떠나 타 업체에서 호스팅을 받아 직접 레이아웃을 제작하고 제로보드 등의 툴도 깔고 하는 '놀이'를 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논 것이 약 2년. 경험 부족과 수준 부족,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카운터는 제자리걸음에 게시판은 스팸으로 가득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는데서 오는 보람을 전혀 느낄 수 없었기에(결론은 소통이 없었다는 거다) 난 모든 것을 관뒀다. 호스팅받던 계정은 new21 무료계정으로 전환해 보유해오다가 지난해 결국 tistory로 오면서 없어져버렸지만, 그때까지 너무나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두번째. 튜닝. 어째 컴퓨터와 관련되어있는 쪽으로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은데, 지금은 다른 분께서 다시 제작한, 한때 갑자기 사라졌던 코리아MOD(코엠) 을 접한 후 난 튜닝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게 다 피씨사랑 때문이다. 뭐,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나는 돈도 없는 주제에 고급스러운 튜닝을 원했고, 그러다보니 계획단계에서부터 예산 문제로 삐걱거렸다. 결국 하드보드지, 우드락 등을 이용해 제작을 해보다가 그 내구성에서 좌절하고(하드보드지는 한 달, 우드락은 2주.. 부서지진 않았지만 너무 발열이 심했다) 이또한 접게 되었다. 언제까지고 컴퓨터 뜯었다 붙였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케이스 하나를 사는게 나았겠다 싶다. 당시 주물럭거렸던 부품들은 지금도 고스란히 내 방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 의지박약한 인생에서(아직 인생은 의지박약으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상당히 의례적인 것들, 그러니까 내가 상당히 '의외'적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몇개 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이 블로그. 2006년 3월 2일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난 당연히 일주일이면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전에 숱하게 시도했던 블로그들이 다 그랬고, 이번 블로그는 뭐가 다르겠느냐 싶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벌써 2년이 넘게 포스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승세를 타다가 슬럼프에 빠졌다가(지금이 바로 그때이긴 한데) 여러가지 트러블에 얽히긴 해도 이 블로그가 닫힌 적은 없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여러번 있었듯, 이번 블로그에선 개인 홈페이지와 싸이월드, 블로그인, 엠파스 블로그, 플래닛 등에서 겪었던 '소통의 부재'라는 측면이 해소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올린과 후에 가입한 올블로그의 덕이 아니었나 생각해볼 뿐이다. 이 블로그 시작 직전에 한 온라인게임에서 쌓았던 인맥도 한 몫을 했고.

  두번째는 애니 자막 제작. 이건 내가 외부의 불가항력으로 중단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속 하고 있었을 항목이니 지속적으로 하는 목록에 넣도록 한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첫 자막을 만들기 전까지 내가 자막을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숨겼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면, 난 첫 자막을 약 60%정도 만들고 귀찮다고 포기했을 터였다. 그렇게 되면 공지했던 내용이 무색하고 또한 창피해지므로 난 자막제작 전 알리기를 꺼렸던 것이다. 하지만 거의 4시간에 이르는 사투 끝에 난 첫 자막을 만들었고 그제서야 자막 제작 사실을 공표했다. (첫 자막에 달린 댓글은 비정하게도 '지금의 네겐 무리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난 아직 그 댓글을 보존 중이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난 1년 이상 자막을 만들었다. 한 자막에 2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나로선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뭐가 나로 하여금 자막질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일까? 나중에야 댓글도 받고 했다지만, 처음 약 6개월간은 대체 뭘 바라보고 자막질을 했던 것일까?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애니에 죽고 못 사는 인간도 아닌데. 사실 아직도 자막제작에 대한 열망은 있다. 다만, 때가 되면 재개하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세번째로는 약 2주 전부터 몸이 허락하는 한 매일 해오고 있는 달리기인데, 애초에 나란 인간은 에스트로겐이 상당히 많이 분비되는 남자라 지속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대개 하루 이틀을 끝으로 드러눕고 마는 그런 나였는데, 한국에 오니 예전엔 안중에도 없던, 잘 닦인 1.44km 의 달리기 코스가 유독 눈에 띄어보이는 것이었다. 그 후로 매일밤 10시 30분, 약 3km정도를 달리고 있는데, 사실 아직 그나마도 헥헥거린다. 처음보다 페이스가 빨라졌다는 것을 위안거리로 삼을 뿐. 일주일 전엔 Nike+iPod을 구입했는데, 이게 또 물건이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할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같이 달릴 나이키+아이팟 유저분이 계신다면 댓글 달아주시기 바란다.


  그렇다면 이번엔 또다른 '의외'를 보자. 이건 내가 '분명 오래도록 할 거야'라고 생각해놓곤 금세 내팽개친 항목들이다.

  1. 게임. 와우를 하긴 하는데, 어째 1주일 이상 지속해서 한 적이 별로 없다. 덕분에 캐릭터의 성장은 제자리걸음. 카스(1.6)를 하긴 하는데, 6개월을 넘긴 적이 없다. 하다가 말다가 하다가 말다가. 덕분에 실력은.. 그나마 중위권. 마비노기. 오베 때부터 2년을 미친 듯이 했는데, 어느날 넥슨의 돈벌기 정책(코커스패니얼)에 허무함을 느낀 후 발을 끊고 약 2년이 지났다. 지금의 난 당시에 그렇게 열심이었던 게임에서 어떤 즐거움도 찾을 수 없다. 의지박약이라기보단 스스로 의욕을 없애버린 경우라고나 할까.
  그밖에도 채 3일도 안 한 리니지, 뮤, 피파온라인, 한게임 포켓볼, 어둠의 전설, 루니아 전기, 노바1942 등이 있다. 바람의 나라는 한 달.

   2. 애니. 애초에 그닥 흥미를 못 느꼈기에(난 애니보단 성우와 미소녀가 좋다) 지금은 전혀 보지 않는다. 그거 볼 시간도 없고. 그래도 한때는 카드캡터 사쿠라와 몬스터에 미쳐서 두 번씩 보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막제작은 애니에 대한 흥미와 별개이다. 애니가 재미없어도 자막은 만든다. 그 예로 다카포 2 1기와 산소, 그리고 초창기의 델토라 퀘스트가 있다.

  3. 번역. 아무도 몰랐겠지만 난 면갤에서 잼아주머니와 ef ~the fairy tale~ 한글패치 제작을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심각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그래서 일어를 못 하는 잼아줌마를 제외하고 나를 비롯한 세 명이서 번역을 담당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갤 아얄씨채널 실권력을 쥐고 있는 잼아줌마의 입김에 의해 중도하차는 하지 않았지만 내가 가장 적은 양을 번역했다. 이게 보기보다 귀찮은 거더라. 글은 넘길 때와 한글로 다시 칠 때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또 하나. 이것도 아무도 몰랐겠지만 실은 제로보드 XE의 일어 로컬라이징팀에 지원했고 협조를 원한다는 쪽지를 제로님으로부터 받았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후로 한 번도 번역에 가담한 적이 없다.. (이건 스스로 말해도 상당히 창피하다..) 여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다. 하나 말하고 싶은 건, 지난번에 이 블로그에 글이 한 달간 끊겼었던 건 내가 번역팀 지원을 한 직후라는 것이다. 의지박약 문제는 둘째치고 내게 여유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라는 설득력 없는 변명을 하는 게으름뱅이가 있습니다.

  참으로 길게도 나열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난 한심한 인간이란 것이다. 저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리눅스 공부라던가, 영어공부라던가 하는 항목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 언급하다간 10MB/s 기준으로 이 블로그 로딩 시간이 5초를 초과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일단은 이걸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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